귀에서 나는 소리, 단순한 귀 문제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덕은동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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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덕은본디로한의원 성은학 원장입니다.
조용한 밤, 잠자리에 누웠을 때 귀 안쪽에서
“삐―” 하는 소리나 “웅―” 하는 울림이 들려 잠을 설쳐본 적 있으신가요?
낮에는 주변 소음에 묻혀 잘 느껴지지 않다가, 조용해지는 밤이 되면 유독 소리가 또렷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아도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줄여보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은 귀 자체의 문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각기관에서 시작된 변화뿐 아니라 소리를 처리하는 뇌의 신경회로, 수면과 스트레스, 감정적인 반응 등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이명이 지속되거나 더 괴롭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특히 제가 진료실에서 중요하게 살펴보는 이명과 자율신경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런 이명, 혹시 겪고 계신가요?
조용한 곳이나 밤이 되면 소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이명이 심해진다.
피곤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소리가 커진다.
“삐―”, “쐬―”, “웅―” 등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귀가 먹먹하거나 머리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명이 신경 쓰여 집중하기 어렵고 잠들기 힘들다.
기본적인 청력검사에서는 뚜렷한 이상이 없다고 들었다.
이런 양상이 반복된다면 귀만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수면·스트레스·긴장 상태와 자율신경의 균형이 이명을 어떻게 악화시키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귀는 정상이라는데, 왜 소리가 들릴까요?

이명을 이해할 때 중요한 점은 우리가 느끼는 ‘소리’가 단순히 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귀가 외부의 소리를 받아들이면 청각신경을 거쳐 뇌의 여러 영역에서 그 신호를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따라서 이명 역시 귀와 청각신경, 뇌의 청각회로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첫째, 뇌가 소리의 민감도를 높이는 과정입니다.
이명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가설 중 하나가 **중추 이득(central gain)**입니다.
청각계로 들어오는 특정 영역의 신호가 감소하면 뇌가 부족해진 신호를 보상하기 위해 청각회로의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뇌가 스스로 ‘볼륨’을 올리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아주 작은 신경 활동까지 두드러지게 인식되면서 실제 외부 소리가 없는데도 소리를 느끼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이명을 설명하는 하나의 확정된 원인은 아닙니다. 이명은 여러 기전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증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청력검사가 정상이라고 해서 청각계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정상 청력 범위의 이명 환자에서도 일반 검사 범위를 넘어선 고주파 영역의 청력 변화 등이 관찰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둘째, ‘소리가 얼마나 괴롭게 느껴지는지’에는 감정과 주의가 관여합니다.
같은 크기의 이명이라도 어떤 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반면, 어떤 분은 하루 종일 그 소리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는 청각회로뿐 아니라 주의, 감정,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이 함께 관여합니다.
특히 이명을 처음 경험했을 때
“혹시 귀가 계속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이 소리가 평생 없어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불안이 커지면 뇌가 이 소리를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밀려났을 소리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작은 이명도 더욱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명의 고전적인 신경생리학적 모델에서도 이러한 과정에 변연계와 자율신경계가 관여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습니다.
셋째, 자율신경과 ‘과각성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날 이명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이 몸이 얼마나 긴장된 상태로 오래 머물러 있는가입니다.
교감신경의 활성 자체가 이명의 단일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안과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수면이 무너지면서 몸이 과각성 상태에 머무르면 이명에 대한 주의와 불편감이 증가하고, 다시 이명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명 환자에게 수면 문제와 정서적인 불편감을 함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임상진료지침에서도 이명이 수면과 정신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즉, 이명은 단순히 ‘귀에서 소리가 나는 병’으로만 보기보다 귀–청각회로–감정–수면–자율신경이 서로 영향을 주는 증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이비인후과 평가가 필요한 이명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이명을 자율신경 문제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면서 이명이 시작된 경우
한쪽 귀에만 지속적으로 이명이 들리는 경우
심장 박동에 맞춰 ‘두근두근’, ‘쉭쉭’ 하는 소리가 나는 박동성 이명
좌우 청력 차이가 뚜렷한 경우
심한 어지럼이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에는 우선 이비인후과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특히 갑작스러운 청력저하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평가 시기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의원에서 이명을 치료할 때도 이러한 위험 신호가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명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한의학에서도 이명을 단순히 귀라는 한 부위의 문제로만 바라보지는 않았습니다.
귀의 증상과 함께 수면, 피로, 소화 상태, 스트레스, 어지럼, 열감, 몸의 긴장 정도 등 전신 상태를 함께 살펴보고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 치료해왔습니다.
제가 진료하면서 특히 자주 살펴보는 것은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기울(氣鬱)의 상태, 그리고 이와 함께 나타나는 담음(痰飮), 허약, 수면 문제 등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현대의학의 특정 기전과 완전히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의학은 청각신경계와 뇌의 신경회로, 스트레스 반응 등을 중심으로 이명을 설명하고, 한의학은 환자에게 함께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묶어 하나의 패턴으로 파악합니다.
서로 다른 관점이지만, 귀에 들리는 소리 하나만 보지 않고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함께 살펴본다는 점에서는 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떤 분에게 기울을 보고, 어떤 분에게 담음을 보며, 오래된 이명에서는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요?
다음 글에서는 제가 진료실에서 이명 환자를 볼 때 주로 나누어 보는 유형과 실제 치료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참고 자료
Schaette R, McAlpine D. Tinnitus with a normal audiogram: physiological evidence for hidden hearing loss and computational model. Journal of Neuroscienc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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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BI, Lee HW, Kim TY, Lim JS, Shin KS. Tinnitus: characteristics, causes, mechanisms, and treatments. Journal of Clinical Neurology. 2009.
Jastreboff PJ, Hazell JWP. Tinnitus retraining therapy: implementing the neurophysiological model. 관련 신경생리학적 이명 모델.
NICE. Tinnitus: assessment and management (NG15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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